여행

Save me, San Francisco - 셋째날

사뭉사뭉 2013. 10. 21. 09:09

벌써 여행 셋째날이다.

시간은 왜이렇게 빨리 흘러가는 건지 ㅠㅠ

다시 올수 있을지 없을지 모를 샌프란시스코이기 때문에 오늘은 최대한 많은 곳을 둘러보겠다는 다짐을 하고 호텔을 나섰다.

아침 저녁으로는 무척 쌀쌀한 날씨인데 나는 반팔을 입고 카메라를 들고 관광객티를 팍팍 내면서 다녔다.

출근하는 사람들, 산책나온 사람들로 시빅센터의 아침이 깨어나고 있었지만 노숙하시는 분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다.

 

 

 

 

올림픽기간이라 시청 앞에서는 행사준비하는 모습도 보였다.

시빅센터를 뒤로 하고 첫날 못타본 케이블카를 타러 파월스트리트로 출발.

케이블카는 언덕이 많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꼭 필요한 교통수단이라고 할수 있는데 노선은 3개이지만 차량이 한칸밖에 없어서 사람을 많이 태우진 못한다. 

마음을 비우고 하염없이 줄을 기다리다 보면 30~40분쯤 후에는 기회가 온다.

케이블카에 매달려 타보고도 싶었지만 그자리도 은근히 경쟁이 치열했다. 난 그냥 안전하게 좌석을 택했다.

 

 

케이블카안에는 안내방송도 없고 승무원분이 내키는대로 거리 이름을 알려주곤 하는데 참 고전적인 시스템이었다.

나는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차이나타운을 지나서 피셔맨즈와프 가기 전 하차했는데 멀리 롬바드스트리트가 보이길래 걸어올라갔다.

이 동네에선 절대 스틱차 가지고는 운전 못하지 싶었다.

도로경사가 후덜덜이다.

 

 

그 유명하다는 롬바드 스트리트를 구경하러 가는 사람들의 모습.

롬바드 스트리트는 러시안힐에 자리잡은 Z자 모양의 구불구불한 도로인데 자동차 운전시험장으로 쓰면 죄다 불합격할만한 급격한 커브가 인상적이다.

그냥 사람만 다니게 해놓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가뜩이나 경사진 내리막도로에 관광객까지 더해져서 운전자들은 모두 거북이걸음 중.

 

 

러시안힐 언덕에 서면 멀리 코이트타워가 보인다.

코이트타워에 올라가면 샌프란시스코의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다고 하는데 러시안힐에서 보는 전경만으로도 충분하기에 코이트타워는 패스하고

첫날 안개에 휩싸였던 금문교를 제대로 보기위해 출발했다.

자전거를 타고 금문교까지 가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는데 나는 능숙한 라이더는 아니기에 그냥 버스를 타고 갔다.

버스타는 곳을 못찾아서 한참 헤매다가 해변에 있는 포트메이슨을 지나니 버스스탑이 나왔다.

유명한 기라델리 초콜렛샵을 지나고 해변을 따라 걸으니 포트메이슨이 나왔다.

 

 

 

금문교는 영어로 Golden Gate Bridge.

golden이라고 이름붙여놓고선 왜 빨간색으로 만든거지?

어쨌든 금문교는 1937년 다리완공이 불가능할 거라는 모든 편견을 깨고 스트라우스라는 토목기사의 감독하에 다리가 완공되었다고 한다.

샌프란시스코만의 거센 물살과 조수 등 모든 여건상 이렇게 완공한 것 자체가 불가사의라고 하네.

그만큼 바다에 빠지면 살아날 확률이 적어서 그런지 이 다리에서 자살한 사람이 그렇게 많다고..

금문교를 보지 않으면 샌프란시스코를 본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지만

금문교를 건너지 않으면 샌프란시스코를 갔다온 게 아니다로 내맘대로 말을 바꿔서 금문교를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쯤 갔을 때 돌아왔어야 했는데.. 튼튼한 다리만 믿고 계속 keep going했더니 결국은 발바닥통증과 흑인을 방불케하는 썬탠효과를 얻고야 말았다.

 

 

 

 

소살리토도 구경해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튼튼한 내 다리라도 걸어서 다녀온다는 건 정말 무리인 듯..

소살리토에서 페리를 타고 나오는 방법도 있지만 첫째날 배를 탔던 터라 오늘도 페리를 타는 건 별로 내키지 않아서 다리 위에서 구경만 했다.

소살리토는 예술가들의 마을이라고 하는데 치안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란다.

멀리 보이는 아담한 작은 마을.

 

금문교를 실컷 구경하고나니 어느덧 오후시간.

햇빛에 탄 살, 열이 나는 발바닥, 바다바람을 고스란히 맞은 초췌한 얼굴로 유니언스퀘어로 돌아왔다.

체력적으로 힘은 들었지만 그렇게 금문교를 걸어보지 않았다면 어쩌면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누가 뭐래도 난 샌프란시스코와 금문교를 보고온 사람이다. ㅋ

유니언스퀘어는 젊은 사람들이 그냥 앉아서 얘기하고 책읽고 쉬는 장소인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아서 약간 실망을 주었다.

나도 한동안 벤치에 앉아서 쉼을 즐겼으나 노숙자 한분이 적선하라고 하는 바람에 "Sorry"하고선 자리를 떴다.

노숙자들을 쿨하다고 해야되나? 한번 돈달라고 해서 안주면 바로 가버린다. ㅋ

 

 

 

 

 

마지막으로 베이브리지의 야경.

낮에 보는 건 금문교가 예쁘지만 밤에 보는 건 베이브리지가 정말 예쁘다.

사진 찍는 기술이 없기에 어떻게 찍어야 야경이 잘 나오는지를 알 수 없어 그냥 찰칵 찍기만 했다.

역시나 내눈으로 봤다는 게 중요한 거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제 안녕. 내일은 LA로 넘어가야 한다.

머나먼 한국땅에서 이곳 샌프란시스코까지 날아와서 잠시나마 머물렀다는 것이 정말 꿈만 같다.

LA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아쉬움인지 설레임인지 샌프란시스코에서의 마지막밤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며 -

사람이든 도시든 오래도록 보고 부대껴야 매력을 알수 있는 거라 생각한다.

겨우 3일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여행하고 구석구석을 돌아본 것도 아니라서 호불호를 말하는 건 샌프란시스코가 나한테 "How dare you..?"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얘기하면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인지 생각보다는 쬐금 실망이다.

우선은 거리가 깨끗하지 않아서 마이너스.

좁은 도로에 사람은 복닥복닥. 정신이 없다.

여러가지 교통수단은 많지만 관광객이 워낙 많은탓에 부대껴야 되고.

언덕길이 많아서 답답한 느낌도 들고..

미국에서 제일 살기좋은 도시로 왜 샌프란시스코가 1등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좋았던 건 날씨다.

아침저녁으로는 춥고 쌀쌀하지만 전형적인 우리나라 가을날씨였다.

1년 내내 기온변화가 크게 없다고 하니 운동할 때 빼곤 땀흘릴 일은 별로 없을 듯.

여행후기 제목으로 Train의 앨범제목인 Save me, San Francisco를 차용했다.

까다로운 내 취향을 100% 채워주진 못했지만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분명히 내영혼을 save해준 건 사실인 만큼 샌프란시스코에게 thank you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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