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시간 이동이라 보안검색이 덜 까다로울 줄 알았던 건 오산이다.
X레이 검사도 모자라 신발까지 벗으란다.
나만 그렇게 느낀건지는 몰라도 단지 신발을 벗은 것 뿐인데 웬지 수치스러운 느낌.
그래서 옛날 나체고문을 하고 그랬나보다.
Anyway 보안검색을 꼼꼼히 마치고 LA로 건너왔다.
추웠던 샌프란시스코와는 달리 LA국제공항에 내리는 순간 더운 공기가 훅 느껴졌다.
샌프란시스코에 비해 그랬다는 것이지 우리나라 찜통더위와는 뭐 ㅋ 비교도 안되는 거였다.
숙소는 윌셔가에 있는 dunes inn 호텔인데 원래 계획은 지하철이나 플라이어웨이버스를 타는 것이었지만
공항 출구를 나오자마자 바로앞에 셔틀밴 회사 2개가 손님을 태우고 있었고
어느새 난 빨간색 옷을 입은 프라임타임 셔틀 아저씨에게 내 숙소를 말하고 있었다. ㅋ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17달러. 택시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니까 그렇게 비싸진 않은 듯 했다.
Dunes Inn Whilshire.
지금까지 묵었던 호텔의 구조와는 사뭇 다른 흔히 미국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구조의 호텔.
3층에서 내려다보니 수영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비키니차림의 여성분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이 여성분의 몸매라면 저렇게 당당하게 일광욕을 할수는 없을텐데(사실 그리 뚱뚱한 것도 아니지만)
이 나라에서는 몸매가 뚱뚱하든 날씬하든, 옷이 깨끗하든 지저분하든 간에 전혀 눈치보거나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그런건 없는 것 같다.
자기가 입고싶은대로 자기가 하고싶은대로 그냥 그렇게 자유롭고 당당하다.
너무나 남의 이목을 중요시 생각하고 눈치에, 체면차리기에 급급한 우리의 모습과는 대조되는 면이다.
윌셔가는 코리아타운과도 연결되어 있어서 숙소에서 몇블럭만 가면 한인식당도 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샾들이 많았다.
그래서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식당에 들러서 냉면 한그릇을 뚝딱했다.
그곳에서 새삼 느낀 게 있으니 한국말로 음식을 주문하고 한국음식을 먹는 일이 크나큰 기쁨이라는 거다.
항상 외국을 동경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수십년 동안 길들여져온 사람의 입맛을 바꾸기란 참으로 어려운 거라는 걸 깨달았다.
내가 여행객이라는 걸 알아보고선 사장님께서 고기도 세개나 넣어주시고 김치도 넉넉하게 주셨다.
역시 한국인심이여..
사장님에게 산타모니카 가는 버스노선이랑 요금을 확인한 후 버스를 타러 갔다.
빅블루버스 7번을 탔는데 요놈의 버스가 돌아오는 길에 내속을 한번 썩였다. 그얘긴 나중에..
산타모니카는 이름도 예쁘지만 실제 해변도 참 예뻤다.
특히나 젊고 어린 애들이 많은 곳인데 상큼한 남자애들이 상의탈의를 하고 다니는 모습은..ㅎㅎ
그런건 사진에 담기보다 그윽한 눈으로 바라봐줘야 한다. ㅋ
그래서 땡볕에 앉아서 한참이나 바라봤다. 엉큼한 동양인 여자로 비쳤을래나..
쏟아지는 캘리포니아의 햇살 속에 물놀이하는 어린이들, 일광욕하는 커플들, 운동나온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활기찬 해변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고
나는 어느새 백사장을 지나 밀려오는 파도 앞에서 샌들을 벗고 바지를 걷고 있었다.
몸에 머 묻히는 거 질색하는 나지만 산타모니카의 해변을 맨발로 밟지 않는 건 지구인으로서의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엄마한테 사진을 보여줬더니 캘리포니아의 감흥이 아직 남아있는 내게 찬물을 끼얹듯
"미국바닷가라고 별거 하나도 없네. 혼자 무슨 재미가 있다고 저기를 그렇게 고생하면서 갔다오노. 내사 정자바닷가나 갈란다" 이러신다.
켁.. 딸래미 혼자 놀러갔다온 게 배아프신 건가?
아니지. 우리나라 동해바다가 엄청나게 예쁘다는 거지?!
그것도 아니라면 1주일동안 걱정하게 만든 불효녀가 무사귀환한 데 대한 엄마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든가. ㅎㅎ
하지만 딸이 이렇게 독립적이 된 데에는 엄마의 교육방식이 분명 작용했을 거니까 그정도는 감수하셔야 해요. (끝까지 불효녀모드)
다시 산타모니카로 돌아와서..
발에 묻은 모래를 털어내고 야자수가 있는 잔디밭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했다.
MP3에서 나오는 California Cruising을 흥얼거리며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앉아있고 싶었다.
Go go go turn up the beat yeah ♬
Oh oh oh I wanna feel it ♬
California don't you wish that you could come ♬
Cause we're never going home till the summer's all gone ♬
이렇게 아름다운 낯선 곳에서 무념무상의 상태가 되는 것.
바로 내 여행의 궁극의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상한 나라의 폴이나 앨리스처럼 내게만 시간이 멈출 일은 없기에 해떨어질 때쯤 되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서 내딴엔 최대한 확실성이 보장된 버스를 탈거라고 올때와 똑같은 버스, 바로 빅블루버스 7번을 탔는데
이 버스가 윌셔가로 안가고 자기네 차고지로 가는 거였다.
밤 11시, 12시가 된것도 아닌데 무슨 버스가 그렇게 빨리 퇴근본능을 발휘하는지
차고지에서 사람들이 전부다 내리는데 이런 난감할 데가..
운전기사에게 나는 윌셔가로 가야된다고 말하니 내가 영어를 잘 못알듣는 걸 눈치챘는지 똑같은 말을 반복 3번이나 해주셨다.
흡사 영어테잎 리피트같이 토시 하나 안틀리고 똑같은 말을 3번씩이나 연달아.
내가 리액션이 없었다면 아마 10번은 하셨지 싶다. ㅋㅋ
아무튼 친절한 기사님이셨고 기사님이 가라는 곳으로 가니 버스정류장이 금방 나왔다.
720번 메트로를 타야되는 거였는데 이 버스 분명히 산타모니카에서 지나가는 거 봤는데 그냥 지나쳤던 버스다.
거기서 탔으면 숙소까지 바로 갔을텐데 거금 1.50불만 더 들였지 뭐람.
LA도 지하철노선을 더 많이 만들면 좋을 것 같다.
버스는 알게되면 이용이 편해도 처음 타는 사람에겐 두려움이 있으니 말이다.
내일은 지하철로 움직이면 되니까 버스 잘못 탈 걱정은 이제 없어서 다행이다.
아~ 내일은 드디어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간다.
이번 여행의 테마라고 할 수 있는 유니버셜 스튜디오.
만 하루도 안 지낸 LA지만 오늘도 좋았고 내일도 느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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