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간이 하늘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파란것이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되었고
구름은 겹겹이 쌓인 모습이 마치 극지방의 얼음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태평양 바다를 건너 샌프란시스코에서 다시 아침을 맞았다.
8월 4일 10시 50분 비행기를 탔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시간은 이제 8월 4일 9시 30분.
캬.. 신기하다. 시차라는 게 이런거구나.
하지만 내 몸은 그걸 알 리가 없으니 얼마나 피곤하다고 징징대던지..
첫째날은 체력 방전상태로 돌아다녀야 했고 하필 날씨까지 따라주지 않아서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여행의 첫날이었다.
그래도 콩쥐의 여행은 휴양이 목적이 아니잖아!
정신을 가다듬고 배낭을 바투 고쳐맸다.(너무 비장한 느낌인가..)
우선은 공부해온대로 바트를 타고 숙소로 이동.
바트는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의 주요 지점을 연결해주는 교통수단이다.
공항에서 숙소가 있는 Civic Center까지는 9정거장을 가는데
안내방송이 나오긴 했지만 혹시나 지나칠까봐 맘속으로 하나 둘 셋 계속 세면서 갔다.
숙소는 Whitcomb Hotel.
Civic Center가 노숙자도 많고 치안이 안좋다고 했는데 다행히 바트역 출입구 바로 앞에 호텔이 있었다.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호텔이라는데 다른 말로 하면 시설이 노후화됐다는 거 아닌가?
그래도 3일동안 씻고 자고 하는데 큰 불편은 없었다.
근데 얘네들 문화 중에 불편한 게 뭐냐면 샤워할 때 꼭 샤워커튼을 쳐야한다는 거다.
그 이유는 세면대 쪽 바닥에는 별도의 하수시설이 없기 때문에 샤워커튼을 안치고 샤워를 했다간
물이 욕실에 다 튀고 심할 경우 고이기까지 한다는 건데
샤워할 때는 그렇다치고 세면대에서 손 씻을 때랑 양치할 때 바닥에 물 튀는 건 어떻게 하라고?
어쨌든 메이드한테 욕 안들어 먹기 위해 물 안 흘리려고 애썼다. ㅡ.ㅡ
체크인은 3시부터라서 일단 짐만 맡겨놓고 나왔다.
예정된 일정에 따라 제일 먼저 가볼 곳으로 피셔맨즈 와프를 선택했다.
피셔맨즈 와프로 가는 F라인 전차를 숙소 바로 앞에서 탈수도 있었지만 유니언스퀘어까지 도보로 20분정도 걸린다고 했었기 때문에 유니언스퀘어까지 걸어가서 거기서 차를 타기로 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우리나라 가을 날씨였는데 이 날은 구름끼고 추워서 점퍼도 챙겨나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옛날 히피문화가 왕성했던 곳이기도 하고 게이가 많은 데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길거리에서 나한테 직접 추파를 던지는 여인을 만났을 때는 심장이 헉하고 내려앉았다.
여행 첫날 아직 정신 수습이 안된 상태에서 경험한 문화적 충격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내가 너무 남자같은 모습이었나? 암튼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는 경험이다.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스트리트카 F라인(나는 그냥 F전차라 불렀다)을 타고 피셔맨즈 와프에 갔다.
케이블카든 F전차든 피셔맨즈와프가 종점이라서 찾아가기 쉬웠다.
F전차는 전철과 버스의 중간형태라 할까?
노란색도 있고 파란색도 있고 초록색도 있고 색깔이 다양했다.
귀엽고 예쁘긴 한데 속도가 느려터져서 우리나라에서는 필시 환영 못받을테다.
우리나라 버스는 내리기 전에 부저를 누르는데 얘네들은 창문에 매달린 빨랫줄 같은 걸 잡아당긴다.
나도 내리기 전에 한번 잡아당겨봤다.ㅋㅋ
"Fisherman's Wharf"
해안을 따라 길게 형성되어 있는 이 지역은 Pier39, 박물관, 커너리, 바다사자 등의 볼거리가 있고 알카트래즈 섬도 불수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해산물 레스토랑, 노천 상점들,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는데 어디를 가나 사람들로 가득했다.
바닷가랑 부두를 둘러보고 길거리에서 퍼포먼스 하는 사람들도 구경하며 걷다보니 배가 고팠다.
샌프란시스코의 관광객들은 누구나 한번은 먹어본다는 그 유명한 사우어 브레드 가게(Boudin Bakery)에 갔다.
귀여운 동물모양의 빵을 만드는 직원분.
친히 날 위해 포즈도 잡아주시공.. 고맙^^
내가 주문한 건 클램차우더. 바로 요녀석이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쟁반을 든 채 몇바퀴 돌았다.
겨우 자리를 확보했더니 스푼 가져오는 걸 잊어서 다시 스푼 가지러 갔다오고.. 헥헥
정말 맛있게 보였는데 그렇게 유명할 정도의 맛은 아니었고 배도 고프고 돈도 아까워서 bowl 의 1/3가량도 뜯어먹었지만 먹으면 먹을수록 김치 생각이 간절했다.
이제 배를 채웠으니 페리를 타러 고고.
부두에서 출발해 페리를 타고 금문교랑 알카트래즈 섬을 구경할 수 있는 한시간짜리 투어인데
한시간에 25달러라니 여간 비싼 게 아니었지만 저때 걸어다닐 힘이 없을 정도로 저질체력 상태여서 배타는 걸 선택했는데
그 선택을 잘했다고 할수 없는 기상상태가 곧 벌어짐 ㅜ.ㅜ
흐린 날씨가 점점 더 어두워지더니 결국 비님이 오셨다.
금문교 밑을 지날 때는 안개가 안개가..
그 긴 다리가 안개로 뚝 끊어진 모습.
알카트래즈는 그나마 보기가 낫다.
공식적으로는 한명도 없지만 비공식적으로 알카트래즈를 탈출한 사람이 한명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도 탈출에 성공은 못하고 저 깊고 차가운 바다에 빠져 죽지 않았을까 추정한다고 함.
그 추정이 맞다 싶은 게 샌프란시스코가 생각보다 훨씬 추운 곳이었다.
특히 아침저녁으로는 스웨터랑 외투가 꼭 필요할 정도로 추웠던..
내 옆자리에 앉았던 붙임성 많은 귀여운 꼬마. 추운 날씨에 아랑곳 않고 애교가 장난 아니었다.
그와는 반대로 완전히 폐인이 된 나.
시차가 이렇게 괴로운 거였나?
내한공연 왔던 나의 뮤지션들에게 새삼 존경을 표한다.
휴가철에다 주말이어서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좀 험난했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겨우 버스를 탔고 운좋게 앉게 되었는데 졸다가 엉뚱한 곳에서 하차했지 뭐람.
호텔 1층이 스타벅스 커피점이라 스타벅스 간판만 보고 내렸더니 거긴 스타벅스가100m에 하나쯤은 있는 것 같았다.
하차한 곳에서 동양인 여학생에게 길을 물었는데 알고봤더니 같은 한국사람이었다.
미술공부하러 온 대학생이란다. 좋겠다. 부럽..
같은 버스를 탔고 숙소 앞에서 잘 내릴 수 있게 도와주었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로 한복입은 헬로키티 포스트잇을 주었다. ㅋ
호텔에 들어가서는 비몽사몽으로 씻었고 낯선 환경에도 불구하고 시체처럼 잠을 잤다.
5일의 밤 중에서 제일 잠을 잘 이루었던 첫날밤이었다.
내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 투어를 간다.
날씨가 좋아야할텐데 하고 바랬더니 둘째날은 날씨가 끝내주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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